지역 자원 & 키워드 유형
복원된 전설
고요히 흩날리는 바람에 쓸쓸히 흙이 춤을 춘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몸짓이 애처로운지 투명한 햇빛만이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사이로 햇빛을 반사하며 구렁이 한 마리가 단단하지만 유려한 몸짓으로 바람에 흘러 들어왔다.
‘… 이미 늦었군’
구렁이는 주변을 스윽 훑어보다 눈에 띄는 비석 앞으로 다가갔다.
‘지도인가.’
금박으로 장식 된 X 표시들이 그려진 비석은 한눈에 봐도 귀한 무언가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 했다. 구렁이는 가장 가까운 X 표시를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묘지였다.
‘...뜨거웠겠어. 고통스러웠을 테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재잘거리며 파르르 파르르 웃던 모든 녹빛들이 시뻘겋게 타올라 숨막히는 불꽃 안에서 바짝바짝 몸 안쪽부터 피가 말라갔을리란 걸.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렇게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서로를 향해 반짝이며 걱정했을 것이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인 까만 흔적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다른 장소들은 굳이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구렁이는 한곳 한곳을 향해 신중히 움직였다. 하나이 까만 흔적이라도 흐트러뜨릴까 천천히, 마치 공기의 일부라도 된 듯 모든 장소를 돌아본 구렁이는 다시 비석 앞으로 돌아왔다.
‘어리석게도...’
본디 비석의 장소들은 생명력이 넘치고 영양이 풍부해 작물을 가구기 적합한 지형이었단 것을 구렁이는 알 수 있었다.
‘욕심만 내지 않았어도 충분한 값을 손에 쥐었을 텐데... 탐욕의 대가로 삶의 터전을 잃었구나.’
‘...그리고 너희들도 고통스러웠을테지’
까맣게 소진된 무언가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구렁이는 찬란했을 녹빛을 떠올렸다.
이제는 고용한 적막과 간간히 쓸쓸히 춤추는 흙먼지를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본 구렁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몸 안에서 폭포처럼 휘몰아치는 생명력을 끌어내야 했다. 폭포가 다 마를 때까지.
얼마나 지났을까, 구렁이의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쯤, 그 곳은 다시 녹빛의 생명력이 넘쳐 내달리고 있었다. 오직 몇 개의 돌들만이 한 때 그 곳이 밭이었단 것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복원 연구 후기
하나의 평면적 공간의 뒤에서 입체적인 서사를 상상해보는게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