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원 & 키워드 유형
복원된 전설
무너진 사당 옆에는 오래된 그루터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그루터기는 사실 오색빛의 찬란한 빛깔을 자랑하는 오동나무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300년 전, 조선시대.
“우리 누이가 어디로 도망갔을까~”
“오라버니, 나 잡아봐라!”
누이가 숨는 곳은 늘 마을 중심에 자리한 오동나무 밑이었다.
어버이 없이도 누이를 그늘 없게 키우는 것이 사내의 유일한 소원이었다.
누이가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누이가 떠난 뒤, 사내는 줄곧 오동나무 아래의 자리를 지켰다.
오동나무의 가지 스치는 소리가 꼭 누이의 숨결 같아서.
“누구든 다가오면 죽는다! 오동나무를 베려 하는 놈은 모가지를 베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야!”
호시탐탐 오동나무를 벨 기회를 노리던 나무꾼들도
사내의 서린 슬픔과 살기를 보고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내가 술을 먹고 깊이 잠든 틈을 타 나무꾼들이 오동나무를 베어갔다.
정신을 차린 사내의 눈앞에는 그루터기와 오동나무 열매 몇 개만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사내의 정신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누이가 떠났을 때는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면, 이것은 그의 영혼까지 송두리째 앗아가는 일이었다. 사내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잘려나간 가지의 수만큼 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사랑을 앗아갔다.
죄책감, 그리움, 무망감.
한 사내가 뿜어내는 그 에너지는 마을 전체에 퍼져나갔다.
사내는 그렇게 말라 죽어버렸다. 그의 몸은 들개들에게 물어뜯겨, 세상에는 이제 누이와 사내의 어느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300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 의정부 동오마을.
“아, 일찍 깨워달라 했잖아 내가!!”
심술난 얼굴로 학교로 달려가는 소녀. 그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등하굣길엔 무너진 사당과 그루터기만이 존재했다. 어쩐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 곳이라고 소녀는 느꼈다.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오던 중, 소녀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바라본다.
“우리 집 가보야. 절대 잊어버리지 마. 이 옥반지가 우리 집을 지켜왔어. 너 또한 지켜줄 거야.”
사춘기가 온 탓인지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소녀였지만, 왜인지 이 말만큼은 거역할 수 없다고 느껴졌다.
옥반지와 달빛이 완전히 일직선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루터기 중심에 한순간 빛이 들더니 그것은 순식간에 화려한 오동나무로 변했다.
텅 빈 얼굴의 사내가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소녀의 전생의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오라버니.”
사내는 고개를 든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본다.
“정말… 너니? 정말 내 누이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달빛이 그들을 따사롭게 보듬고 있었다.
“300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못 떠나고… 이러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어떻게 떠나겠니. 나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어. 내 누이도, 오동나무도… 내겐 편안히 쉴 자격이 없어.”
“오라버니, 이제 괜찮아요. 저는 평범한 집에서 엄마 아버지와 함께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더 이상 날 지키지 않아도 돼요. 저… 정말 잘 살고 있어요.”
“그만 이승을 떠나세요.”
“…다행이다.
나는 이제 너울너울 갈 수 있겠구나.”
사내의 육신이 한순간 연기로 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걱정 없는 얼굴로 그는 너울너울 날아간다.
…소녀는 잠에서 깼다. 베개가 축축히 젖어 있었다. 참 희한하고 신비로운 꿈을 꾼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또다시 옥반지와 달빛이 합일한다. 그루터기 위엔 못 보던 강아지가 소녀를 빤히 바라보며 서 있다. 소녀는 강아지에게 다가간다. 꼭 꿈속 오라버니의 눈빛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엄마 아빠에게 가자.
이젠 우리가 널 돌봐줄게.”
복원 연구 후기
쓰다가 울컥함 ㅠㅠ. 또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