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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보고서 001

역명 유래 & 키워드 유형
복원된 전설
남자아이가 말했다. “옛날에, 일본인들이 이 나라를 강제로 다스리던 때에 말이야, 일본군이 한반도 전역에서 호랑이를 사냥했어. 여기 동네 이름, ‘범골’인 거 알지? 여기도 호랑이가 많이 살았는데, 그 중 가장 늙고 현명한 호랑이가 있었대. 이 호랑이는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는 영물이었어. 세상이 어수선해지니까, 호랑이들도 긴장하고 그런거야. 그래서 영물 호랑이는 이따금 산 아래로 내려와 인간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다녔대. 이름을 물으면 ‘범씨 부인’이라고 둘러댔고. 그 범씨 부인은 호랑이들이 소탕당하는 중이란 얘길 들은 거야. 포수들의 화승총보다 강한 엽총에 맞으면 제아무리 호랑이라도 숨이 끊어진다는 이야기 또한 들었고. 범씨 부인 - 영물 호랑이는 얼른 산으로 올라와 모든 호랑이들에게 ‘둔갑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어. 나이를 많이 먹은 호랑이들은 그럭저럭 둔갑술을 배웠는데, 아직 수행이 부족한 어린 호랑이들은 둔갑술을 익히는 것이 버겁기만 했어. 그 어린 호랑이들 중엔 영물 호랑이의 가장 어린 아들 자식도 있었는데, 겨우겨우 사람으로 둔갑하는 데엔 성공했단다. 둔갑했어도 아주 어린 아이였어. 요즘으로 치면… 그래, 열 살? 너만한 키에 너만한 나이로 보이는. 범씨 부인이 사람들 - 사람으로 둔갑한 호랑이들에게 엄포를 놓았어. ‘산 아래 내려가면 큰일난다. 너희가 사람 모습을 했어도, 놀라면 변신이 풀려 호랑이로 돌아오고 만다. 한 마리라도 그런 모습을 들키면 우리 모두 죽는다.’ 근데 아까 말한 어린 아들 자식은… 철딱서니가 없었다고 해야할지, 이해를 못했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산 아래로 내려간거야. 그때만 해도 여기 산 아래에 사람들도 많고, 장터도 곧잘 열리니까, 그때마다 마을 인간 아이들과 놀 수 있었거든. 마을 아이들 중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평범해보이는 열 살 남자아이가 실은 호랑이일거란 사실을. 그러다 호랑이를 사냥하러 범골까지 찾아온 일본군들을 보고 겁에 질린 거야. 어찌나 놀랐는지, 변신이 풀려버렸어. 상상할 수 있겠니? 대낮에 어린 호랑이 새끼가 마을 사람 모두에게 발각된 모습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엽총을 쏘고 난리난리가 났어. 이때 막내 호랑이가 조금만 영특했다면….” 남자아이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멍한 표정의 그 애 손에 들린 떡꼬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나는 그 애 어깨를 툭 쳤다. 남자아이가 얼른 떡꼬치를 한 입 베어물더니 씩 웃었다. “조금만 똑똑했더라면, 거기서 산으로 가지 않았겠지? 어머니가 계신 산으로 가지는 않았을거야.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이 들었대. 산에서 끊임 없이 울리는 총성을.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오는 일은 없었대.” 남자아이는 묘한 표정으로 떡꼬치를 마저 먹어치웠다. 나는 그걸 보는게 좀 재밌었다. 뭐라도 잡아먹은 것처럼, 떡꼬치 소스가 남자아이 입 주변에 잔뜩 묻어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학교에선 얘랑 노는 애가 하나도 없을까? 얘기도 잘 하고 재밌는 친구인데. “나 궁금한 게 있어.” 내가 말했다. “뭔데?” 남자아이가 물었다. “얘기는 그게 끝이야? 그… 탐정 소설같은데에 보면, 시체는 살인의 증거잖아. 호랑이 시체같은거, 발견 안 됐어?” 아주 잠깐, 남자아이의 동공이 쭉 찢어질듯 가늘어진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남자아이가 천천히 말했다. “호랑이들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한거지, 너는.” 남자아이는 쓰레깃더미에 나무꼬치를 쿡 찔러넣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빨라진 발걸음을 따라가려니 숨이 찼다. 내가 소리쳤다. “야! 야… 좀 천천히 가.” 해가 진 하늘이 캄캄했다. 그러나 사람 사는 동네는 하나도 어둡지 않았다. 번쩍번쩍한 간판, 밤에도 환한 24시 편의점 등을 지나쳐, 남자아이는 자꾸만 자꾸만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산기슭으로 파고들었다. 정말 캄캄했다. 그러나 아주 어둡진 않았다. 눈이 어둠에 제법 익숙해지자, 나는 하늘에 달이 떴단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도 동그란 보름달이. “사람들은 호랑이들이 그날 밤 모두 총에 맞아 죽었다고들 해. 그런데 가끔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어. ‘전설같은 예언이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 투명한 계곡을 찾아 폭포를 헤치고 들어가면, 그곳에 호랑이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어느덧 깊은 산 속, 나는 허벅지까지 잠겨오는 계곡물 속에서 첨벙이고 있었다. 밤의 산, 그것도 산의 물 속은 정말 추워서, 나는 오들오들 떨며 남자아이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그때 살며시 달빛이 내렸다. 달빛으로 물든 아이가 나를 보며 웃었다. “사람들이 말하지. 호랑이는 모두 죽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너는 어느 쪽을 믿어?” 나는 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쭉 찢어진 동공이 한 쌍, 두 쌍… 셀 수 없이 많을 만큼, 어둠을 채우고 있었다.
복원 연구 후기
주어진 키워드들과 지역자원으로 전설을 빚는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